소로롤의 공부
오픽 시험 후기 본문
# 오픽 시험 준비기간 3일
오늘 드디어 오픽 시험을 치고 왔다. 참으로 지루하고 귀찮은 과정이었다. 나는 오픽 환급반을 3개 신청했는데(시원스쿨, 파고다, 해커스) 모두 돈이 목적이었기에 강의는 출첵을 하기 위해 켜놓기만 하고 정작 듣지는 않았다. 이렇게 한 이유는 영어 말하기 시험에 대한 다소간의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초여름 토익 스피킹 시험을 거의 대비하지 않고 갔는데도 불구하고 lv8을 받았다) 아무튼 오픽도 비슷한 방식으로 준비하려 했다. 하루 전날에 강의를 좀 듣고 템플릿만 숙지해 가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오픽은 그런 식으로 대비할 수 없는 시험이었다. 기출 주제만 40여개에 달하기 때문에 템플릿이란게 소용이 없다. 강사에게 주력 주제 20개만 보고 가면 안되냐고 물었더니 "요행을 바라지 말라. 최소 일주일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라"는 아주 정석적인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다른 일로 바빠 일주일이나 시간을 낼 수 없었고 실제 제대로 오픽을 준비한 기간은 3일 정도 된다. 주력 주제 20개는 많이 암기하려고 노력했고, 비주력 주제는 거의 보지 않았다. 롤플레이는 가장 범용성 높은 표현 몇 개만 외웠다.
# 오픽 시험 후기
오늘 오픽 시험을 목전에 앞둔 나의 심정을 하스스톤(돌겜)에 비유하자면, 상대편 사냥꾼 필드에 1체짜리 하수인이 쫙 깔려있어 다음 카드로 모독이 나오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흑마법사가 된 느낌이었다. 실제로 모독이 나왔을까? 최선(모독)은 결국 나오지 않았지만 차차선(지옥의 불길) 카드는 잡힌 것 같다.
시험에서는 5 세트 15문제가 출제되었다. 그 중 2 세트 정도는 주력으로 분류되는 카테고리였고 나머지는 비주력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비주력 문제를 경험하지 않거나 한 세트 나오는 사람들도 참 많던데 나의 오픽 시험에는 비주력이 2 세트나 나왔다.
자기소개-가구(3 문제)-음악(3 문제)-모임(3 문제)-롤플레이-술집/클럽(3 문제)였다. 또한 파고다 어학원 이현석 오픽 강사의 조언대로 첫 번째 자기소개 문제는 답변하지 않고 스킵하였다. 자기소개 문제는 실질적으로 점수 반영률이 0에 수렴한다고 한다. 실제 이현석 강사가 오픽 주관사에서 주최한 교육 세션에서 안내받은 내용이다. 난 자기 소개를 잘 못하기도 하고 이런 쓸데없는 문제로 나의 기력을 소진하고 싶지 않았으며, 더군다나 점수에 전혀 반영되지도 않는데 굳이 대답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되어 그냥 넘어갔다.
가구 관련 문제를 질문받았을 때는 머리 속이 백짓장처럼 하얘졌다. 간신히 집에 있는 가구 몇 개 이름을 나열하고 내가 특정 가구를 좋아하는 이유를 elaborate하려고 노력했는데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더듬거렸던 부분이 많이 기억나서 괴롭다. 깔끔하게 대답한 파트도 있었지만 중간중간에 작은 문법적 실수도 분명히 했던 것 같다.
가장 깔끔하게 대답했던 건 롤플레이 문제였다. 가구점에서의 롤플레이 문제가 나왔는데 실제 대비했던 부분(mp3, 자전거, 휴대폰 대리점 등이 제일 빈출이라고 한다)은 아니었지만 범용성 높은 템플릿을 외워뒀던 것이 많이 유용했다. 특히 Do you have a website I can take a look at? 이나 What kinds of (제품) are available?같은 표현이 굉장히 쓸모있었다. 이 표현들은 파고다 오픽 환급반 자료에서 숙지한 내용이다.
# 오픽보다 토스가 더 쉽다
나는 돈 때문에 오픽을 대비했지만 정말이지 그게 아니라면 딱히 오픽을 대비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오픽보다 토스가 훨씬 준비하기 용이하고 쉽다. 흔히들 오픽은 암기할 게 없고 토스는 템플릿 암기싸움이라 전자가 점수를 받기 더 유리하다고 하지만 나는 이런 주장에 대해 회의적이다. 오픽도 결국 암기싸움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이번에 대비하면서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40개 넘는 기출 주제라니! 끔찍하다. 오히려 토스는 별로 암기에 의존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이건 나의 개인적인 감상에 지나지 않지만, 혹시라도 오픽과 토스 중에 고민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그냥 토스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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