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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롤의 공부

책: 문학의 숲을 거닐다 본문

독서

책: 문학의 숲을 거닐다

소로롤 2019. 2. 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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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문학의 숲을 거닐다", 샘터

 

한 번도 만나지 않았지만 마음에 큰 울림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다. 장영희 교수님이 그러한 분이다. 장 교수님은 소아마비로 인해 지체장애(지적장애와는 다른 개념으로 신체의 불편함을 의미한다)를 앓게 되어 거동이 불편하셨다. 소수자이기 때문인지 교수님은 세상을 바라보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갖고 계셨다. 인문학의 본질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경구가 있는데, 장 교수님은 그러한 경구를 삶에서 온전히 실천하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옆에서 교수님을 관찰하지 않아서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 분의 저서를 읽으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들게 될 것이다) 사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이 말로는 대단히 쉽다. 그러나 대학 교수라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성취하게 되어 기득권에 편입하게 되면 소수자, 약자의 고통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는 일은 꽤 어려워진다. 

장영희 교수님의 책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교수 생활을 하며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된 에세이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교수님과 한 남학생이 마니또가 되어 편지를 주고받았던 일이다. 장 교수님이 임용된지 얼마 안되어 영문강독 수업을 맡게 되었다. 영어 실력이 단기간에 일취월장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이성끼리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라, 교수님은 여학생과 남학생을 1:1로 마니또를 맺어 영어로 편지를 쓰게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여학생 중 한 명이 개인 사정으로 학기 초에 드랍하고 말았다. 그 여학생의 상대가 될 남학생은 그러면 마니또가 없어 상당히 곤란해진다. 장영희 교수님은 여러모로 고심하다가 자신이 여학생인 척 편지를 주고받기로 한다. 남학생은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법학과 학생이었는데 공부에 집중하느라 교우 관계가 소원했다. 상대가 같이 수업을 듣는 여학생이 아니라 장 교수님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그 남학생은 편지에서 고시 생활의 고독함을 호소했다. 장 교수님은 학생의 고충을 잘 들어주고 위로해 주었다. 그런데 남학생이 편지에서 지속적으로 호감을 표시하게 되자 장 교수님의 고민이 깊어진다. 고민을 경청해 줘서 고맙고 연심이 드니 만나자고 하는 것이었다. 이 상황에서 장 교수님이 자신의 실체를 밝힌다면 학생이 충격받게 될 것이기에, 교수님은 학기가 끝나자마자 유학이 예정되어 있다고 적었다. 남학생은 그렇다면 자신이 고시에 합격하면 3층에 있는 게시판에 이니셜을 적어 놓겠다고 하였다.

3년 후, 교정에 OOO 사법고시 합격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장 교수님이 기억하는 그 남학생의 이름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3층의 게시판에 가 보니 이니셜과 연락을 바란다는 메세지가 적혀 있었다.

교수님은 남학생에게 연락하여 자신의 정체를 밝혔을까? 아니면 학생의 추억을 위해 비밀로 남겨 놓았을까? 자세한 것은 샘터 사에서 나온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읽어 보시기를 바란다. 이 에피소드 말고도 마음에 반향을 일으키는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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